Ghost LX 디렉터·대림대학교 겸임교수 류정식
공연이란 음악·무용·연극·연예·국악·곡예 등 예술적 관람물을 실연(實演)에 의하여 공중(公衆)에게 관람하도록 하는 행위이자, 각기 다른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예술을 위해 만나는 산업이다. 또 다른 산업에 비해 짧은 시간에 걸쳐 계획하고 완벽한 공연을 성사시켜야 하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가 어려운 산업에 속한다. 이에 따라 국내 공연산업도 해외 선진국과 같은 체계적인 안전관리가 필요한 때다. 이처럼 위험성 평가를 통해 사고율을 줄이는 일. 최소한의 리스크 관리를 통해 관객에게 최고의 공연을 제공하는 류정식 교수를 만나보았다.
안전한 공연 문화에 대해 묻다 ─ 하나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Ghost LX(고스트엘엑스)의 총괄 디렉터를 맞고 있고 있으며, 공연장을 설계하고 기획하는 일에서부터 다양한 협회와 기관에서 공연 안전 무대기술 강연을 하기도 하고, 일부 메가 이벤트를 중심으로 공연안전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림대학교의 방송영상음향학과 겸임교수로 재직하면서 학생들에게 포괄적인 무대기술 및 PM 업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기 전에는 북미 ETCP Certified Rigger 극장과 아레나 전문가로 자격을 얻고 미국과 싱가포르 등에서 활동했습니다.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저는 한국에서 시도되지 않은 클래스를 운영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령 무대 리깅을 한다거나 파이프를 실제로 구부려보고, 용접도 해보는 등 실제 무대기술을 학생들이 접할 수 있도록 실무를 기반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존 수업은 설계를 위주로 진행되어왔지만, 설계를 위해서는 먼저 실무적인 것들을 이해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즉, 기술을 이해하고, 설계하는 것이 중요한 셈이죠. • answer 류정식 교수
안전한 공연 문화에 대해 묻다 ─ 둘
먼저 국내 프로젝트 중에서는 평창동계올림픽 개·폐막식과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개·폐막식의 무대 안전교육 및 안전 컨설팅의 업무를 맡았었습니다. 특히 런던 올림픽의 안전운영 시스템을 벤치마킹해서 평창동계올림픽의 안전관리 툴로 활용했었습니다. 당시 TBM(Tool Box Meeting)과 국제규격의 위험평가서를 적용했었는데, 이런 사례는 아마 국내에서는 처음이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물론 프로젝트를 정리하면서 일부 미흡한 부분들이 있고,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보완하고, 완성한 결과, 이번 광주 세계선수권대회의 개·폐막식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개·폐막식 준비위원회 및 대행사와 협력했던 사례가 최근에 가장 큰 보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를 계기로 다음번에 기회가 된다면, 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dardization : 국제 표준화 기구)에서 만든 이벤트 안전관리 기준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국외 프로젝트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뉴욕의 ‘The Shed’라는 프로젝트(2019년 4월 5일 개장)입니다. 저는 2015년에 무대 설계에 참여하여 다양한 뉴욕의 공연 단체들과 프로그램(사용 용도)을 조율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뉴욕의 패션위크부터 뉴욕시립 발레단까지 기술 감독님들을 만나 사용 용도를 조율했었는데요. 이때 다양한 공연 단체들의 목소리를 담아 공간을 디자인한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벅차 오를 때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생각을 들으면서 조율하고, 소통하면서 시야를 넓힐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공연안전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그들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고, 그중에서 최적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부분적으로 참여했던 프로젝트이긴 했지만, 저에게 의미가 컸던 프로젝트였습니다. • answer 류정식 교수
안전한 공연 문화에 대해 묻다 ─ 셋
위험성 평가 즉, 리스크 관리라는 것이 사실 모든 산업에 적용되는 부분입니다. 정치에서부터 각 사회 전반에 이르기까지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항상 리스크가 발생하며, 이러한 산업을 유지하고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리스크 관리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물론 산업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러한 리스크의 관리가 중요한 분야는 안전과 보건 영역입니다. 아무리 좋은 공연을 진행하더라도 한 번의 사고로 관객이 다치거나 배우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다면, 이것은 엄청난 재난으로 연결됩니다. 가령 큰 공연산업 비즈니스 측면에서 기획사가 폐업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됩니다. 특히 공연산업은 여러 가지 위험요소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각각 다른 사람과 단체 그리고 공간이 만나기 때문입니다. 다른 산업에 비해 짧은 시간에 계획하고, 아주 완벽한 공연을 성사시켜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으로도 리스크 관리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따라서 공연산업을 위한 체계적인 안전관리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위험성 평가는 안전관리의 중요한 도구라고 볼 수 있습니다. • answer 류정식 교수
안전한 공연 문화에 대해 묻다 ─ 넷
개선되어야 할 점들이 많긴 하지만, 특히 안전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발생한 사고 중 시설에 문제가 생겨서 발생한 사고는 적은 편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SW 적인 안전 문화와 관련된 부분에서 종종 발생합니다. 쉽게 말해 안전에 대한 의식 자체가 낮아서 발생하는 사고입니다. 또는 시설은 괜찮지만, 시설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의식에 대한 문제도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많은 개선이 필요합니다. 훈련이나 교육 또는 제도적인 부분에서의 보안이나 보험 등 여러 가지 다각적인 차원에서 참여하여 인식전환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제도적인 부분이 개선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국내에서 공연사고가 발생하는 곳은 축제입니다. 공연장에서 발생하기도 하지만, 올해는 사망사고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안전에 대한 체계적인 비용이 수립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실내 공연장 측면에서는 위험성 평가와 같은 부분이 제도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개·폐막식과 같은 큰 행사에는 안전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이 측정되어 있지만, 이보다 작은 행사에는 안전관리에 대한 비용이나 예산이 아직까지 측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시스템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시스템이란 이벤트 계획단계에서 안전자문이나 컨설팅을 받을 수 있도록 처음부터 안전한 이벤트 계획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런 부분에서 제도적으로 개선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공연은 그 자체로 위험성이 있는 산업입니다. 위험성이 0에서 시작될 수는 없습니다. 공연을 관객에게 드릴 때 가장 최소한의 위험성을 끌어안고, 공연하는 것입니다. 그걸 가장 낮은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작업하는 것이 위험성 평가입니다. 최소한의 위험으로 관객에게 공연을 제공하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법제화되어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 answer 류정식 교수
안전한 공연 문화에 대해 묻다 ─ 다섯
저는 아무래도 공연장 기획을 계속 이어갈 것 같습니다. 공연안전 측면에서 공연장 설계를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안전하게 작업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의 배려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부분에서도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또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축제와 행사에 참여하면서 좋은 사례를 만드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좋은 사례들이 있어야 좋은 사례가 계속 따라오는 것 같습니다. 이런 사례를 기반으로 안전한 공연문화산업이 발전될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것이 저의 최종 목표이자 계획입니다. • answer 류정식 교수
어쩌면, 안전한 국내 공연 문화 정착에 가장 필요한 것은 인식전환 아닐까. 류정식 교수는 안전에 대한 교육을 받는 것이 의무가 아닌 권리 차원에서의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어디가 위험하고, 피난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본적으로 받아야 하는 훈련은 직원으로서의 권리인 것이다. 또 내가 관람하는 공연장이 안전한지 그렇지 않은지는 관람객으로서 알아야 할 권리다. 이러한 차원에서 기획자나 공연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권리 차원에서의 인식전환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