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배우 강지수 · 임선영 · 마뇨 · 박희민 · 김성조
관객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대충 흘려듣기 쉬운 안전 안내를 유쾌하고 활기 넘치는 몸놀림으로 전달한 까닭이다. 짧은 순간이지만, 강한 존재감을 발산하며 제 역할을 다하는 동시에 본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돋우는 무대는 공동 창작과 꾸준한 연습에 의해 탄생했다. 그 중심에 연극배우 강지수 · 임선영 · 마뇨 · 박희민 · 김성조가 있다.
안전한 공연 문화에 대해 묻다 ─ 하나
반갑습니다. 저는 현재 한국마임협의회장을 맡고 있으며, 대한민국연극제 안전 안내 마임의 출연진 섭외부터 연출까지 총괄했습니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함께 출연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19 사태의 확산으로 행사가 한 차례 미뤄지면서 결국 등장하지 못한 비운의 인물이랍니다.(웃음)
참고로, 이번 작품은 공동 창작으로 만들어졌는데요. 전반적인 큰 그림은 제 손으로 그렸으나 배우마다 가진 가능성을 한껏 이끌어내서 세세한 신(Scene)과 일치시키는 작업이었기에 협력이 더없이 중요했거든요. 다행히 선후배 손발이 착착 맞았고, 동작 별로 정확한 판단을 더해가며 의견을 나누는 한편, 역할에 충실해 준 덕분에 매우 좋은 팀워크를 자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answer 배우 강지수(이하 ‘강지수’)
안녕하세요, 저는 21세에 연극을 시작해서 23년간 극단 ‘사다리’에 몸담고 있다가 프리랜서로 전환한 지 어느덧 3년 차에 들어섰습니다. 연기 외에 의상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어서 무용극 <웨딩보감>의 소품 어시스트로 참여한 바 있어요.
이번 작품엔 제가 이전부터 많이 접했고, 직접 표현해온 밴드 마임(Band Mime)을 활용했는데요. 이해를 돕자면, 만화나 광고처럼 특정 이야기의 각 장면을 잘 추출해서 부가적 설명 없이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형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따라서 구성원 간 원활한 의견 교환을 거쳐 안전과 감염병 예방의 의미를 제대로 나타내기 위해 신경 썼습니다. • answer 배우 임선영(이하 ‘임선영’)
즉흥연극 전문 극단 ‘목요일오후한시’를 통해 관객과 만나고 있습니다. 최근엔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의 제작 지원을 받아 일인극인 <소녀들 : 열일곱, 열여덟, 열아홉>을 선보였는데요. 운 좋게도 호평을 받아서 다음 해 1월 즈음 색다른 버전으로 찾아갈 준비를 하고 있어요.
연출가인 강지수 배우와 다양한 프로젝트를 해오다가 공연 안전 마임에 동참할 수 있었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어울리는 신선한 형태의 작품에 함께해 매우 뜻깊었습니다. • answer 배우 마뇨(이하 ‘마뇨’)
주로 연극과 뮤지컬 공연을 통해 찾아뵙고 있습니다. 연극 <꽃신>과 <네 여자의 방>, 뮤지컬 <사랑을 이루어 드립니다> 등이 대표작이고요. 마임은 이제껏 해보지 못한 장르라서 고민이 많았는데 경험 많은 베테랑 배우 세 분 덕분에 즐겁게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 answer 배우 박희민(이하‘박희민’)
임선영 배우님처럼 연기와 각종 작업을 병행하고 있고요. 연극 <찰칵>에선 음향 오퍼레이터를 담당했습니다. 작품에서 몸짓을 통해 전염병 바이러스 비말이 퍼지거나 각종 안전사고가 생겨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게 매우 흥미로웠어요. 특히 전기 스파크가 튀어 화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 말 그대로 불꽃 연기를 펼쳤다고나 할까요.(웃음) 우리 노력이 관객의 뇌리에서 오래도록 남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answer 배우 김성조(이하 ‘김성조’)
안전한 공연 문화에 대해 묻다 ─ 둘
그렇습니다. 먼저, 안전 안내에 대한 공연은 공연장안전지원센터의 전폭적인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했다고 밝히고 싶어요. 또, 대한민국연극제 예술 감독 두 분의 추천과 협력이 큰 원동력으로 작용했죠. 국내 최초로 마임 형식을 빌려와 공동 창작으로 작품을 구성할 수 있었던 배경입니다.
다만, 보통 주인공 혼자서 비언어적 수단을 사용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사물, 상황 등을 묘사하는 팬터마임(Pantomime)은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으나 그다지 매력적인 방법이 아니라고 판단했어요. 그보다는 앞서 임선영 배우가 밝힌 밴드 마임이 관심을 끌기에 적합했죠. 여럿이 뭉쳤다 흩어지며 각종 동작으로 더욱 다양한 표현을 완성한다면 객석에서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울 터였습니다.
또한, 형용어, 의성어 등의 소리를 일종의 완결을 돕는 장치로 썼어요. 언어를 이용하는 연극과 달리 마임은 오로지 몸짓으로 전해야 하는 한계가 있거든요. 이로 인해 관객이 정보를 알아보지 못하거나 오해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특별히 삽입했습니다. • answer 강지수
안전한 공연 문화에 대해 묻다 ─ 셋
대한민국연극제는 곧 우리나라 연극계가 들썩이는 큰 축제라고 할 수 있어요. 국내 연극인이라면 참가 자체를 영광으로 여기지요. 일찍이 연초부터 준비해서 지역 경선을 거쳐 각 도의 대표가 모이는데요. 이 가운데서 올해의 최우수작이 탄생한답니다. 따라서 이번엔 어떤 배우와 훌륭한 작품을 만날 수 있을지 설레며 가을을 기다립니다.
그런데 지난 8월 중순 이후 코로나19가 무서운 기세로 확산하면서 행사를 연기했어요. 문제는, 이로써 마임을 공연하는 각 배우의 일정이 어그러질 위기에 놓였다는 겁니다. 보통 예정한 기간이 지나면 차기작 등의 스케줄을 미리 염두에 두는 까닭입니다. 결국 아쉽게도 초반 계획과 달리 합류하지 못한 출연진이 일부 있었어요.
게다가 한 차례 미뤄지고 난 후 총 16회 중 앞서 5회 차는 무관중으로 진행했기에 우리 역할이 혼란해졌습니다. 관객이 없는 곳에서 안전한 관람과 대피를 알리는 작품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국민의 혈세를 바탕 삼아 수행하는 프로젝트인데 우리 입장만을 위해 지속해서 진행하는 게 맞는지 고민스러운 거예요. 한편으로는 한 달 이상 연습한 보람이 사라질 지경에 놓였으니 서글퍼졌죠. 모두 한마음으로 동의하면서도 속상해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대망의 10월 17일, 드디어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하면서 나머지 11회는 객석과 함께할 수 있었고, 우리 또한 역량을 아낌없이 쏟아부은 뒤 한숨 돌렸어요. 참고로 연극제 예술 감독님은 짧은 시간에 지나가는 극이지만, 굉장히 인상 깊었다고 평가하더군요. 아, 얼마나 뿌듯한지요.(웃음) • answer 강지수
안전한 공연 문화에 대해 묻다 ─ 넷
대한민국연극제에서 제가 맡은 일이 이거 하나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무려 배우 18명을 캐스팅한 개막식 작을 비롯해 온갖 크고 작은 프로젝트가 행사 연기로 취소의 고배를 마셔야 했습니다. 심혈을 기울인 연습마저 천재지변 앞에선 소용이 없더라고요.
따라서 우리 역할에 대한 압박감이 있었지만, 공연장안전지원센터가 흔들림 없이 지켜봐 준다는 게 정말 고맙고 힘이 났어요. 출연하는 다른 공연의 대사를 더디 외우면서 이 작품에 공들일 정도로요. 제대로 올라가고 안심한 다음에야 연출에서 벗어나 배우로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지요. • answer 강지수
우리가 연습 기간 내내 족구를 했어요. 갑자기 무슨 운동인가, 의아할 텐데 마임에서 유연한 동작을 구사하기 위해선 이만한 몸풀기가 없거든요. 또, 단합을 도모하기엔 아주 으뜸이에요! (웃음) 극단 생활하면서 터득한 꿀팁이죠.
그러다 보니 우리에겐 다소 과분하게 좋은 연습실을 가끔 필드로 이용했는데요.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으나 공연 취소 위기가 찾아왔을 땐, 우울한 마음을 떨치고자 눈물의 족구를 해야 했답니다. 이제 무탈하게 작품을 마쳤으니 나중에 다 같이 그 장소를 빌려서 한 판 더 해보고 싶네요. 이 정도면 중독인가요?(웃음) • answer 임선영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공연이 빛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어진 기회였기에 더없이 소중하고 행복했어요. 오랜만에 모여 연습하고 공동 창작으로 다채로운 장면을 만들어내니 신났고요. 비록 행사가 미뤄지고, 한동안 기약 없이 기다리며 막막하던 시기가 있었으나 끝내 결실을 이뤄냈으니 감격스러우면서 후련합니다. • answer 마뇨
평소 연극이나 뮤지컬 중심의 공연을 해왔기에 마임은 제겐 다소 생소한 장르였어요. 게다가 몸짓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어서 시작하기 전에 강지수 배우님에게 사실 자신 없다고 밝히기도 했죠. 그런데 작품을 준비하면서 팀과 호흡을 맞추고 서로 용기를 북돋우며 거듭 훈련한 끝에 상당히 자신감이 붙었어요.(웃음)
또, 제가 대한민국연극제에서 인천 팀으로 데뷔했는데 마침 당시 연출을 맡았던 선배 배우님의 공연 전에 우리 작품이 올라갔거든요. 존경하는 분과 같은 자리에서 함께할 만큼 성장했다는 생각에 혼자 마음이 뿌듯했답니다! • answer 박희민
이 작품이 제겐 데뷔작이에요. 더군다나 세세한 동작에 포인트가 있으니 얼마나 신경이 쓰였겠어요. 마음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 기가 죽어 있었는데 임선영 배우님이 팔짱 끼곤 결혼 행진곡 멜로디를 흥얼거리니 왠지 기분이 풀리고 힘이 나더라고요.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어서 매우 기뻤습니다. • answer 김성조
안전한 공연 문화에 대해 묻다 ─ 다섯
그렇습니다. 특히 화재 시 비상 대피로를 몸짓으로 알려준다는 게 상당히 어려운 과제였는데요. 동작을 다각도로 연구하면서 자연스레 우리 또한 안전의식에 대한 시야가 넓어졌다고 할 수 있어요. • answer 강지수
새로 추가한 코로나19 예방수칙 덕분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에티켓과 방역 강화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당장 전염병 확산 이슈로 인해 공연을 올리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으니 안전 의식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 answer 임선영
우리 작품은 매일 상황에 따라 위치를 달리했어요. 어느 날은 객석 바로 앞에서 공연한 적이 있는데 비말 감염을 나타낼 때 재채기를 묘사하는 행동이 들어가 있어 연기하는 입장으로서는 조심스럽더라고요. 한편, 관객이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을 잘 지키고 있는지 살펴보는 습관이 생겼죠. • answer 마뇨
일단 나 자신부터 안전을 지키고 솔선수범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최근 안전 불감증으로 공연장 내 사고나 전염성 질환이 확산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니 매사 조심하자는 메시지를 객석에 전하고 싶었습니다. • answer 박희민
극장 내 물리적 사고나 안전에만 집중하다가 이번 마임을 하면서 방역 마스크를 더 꼼꼼히 눌러서 쓰고, 대중이 모인 곳은 그야말로 거리를 두며 피하곤 했죠. • answer 김성조
안전한 공연 문화에 대해 묻다 ─ 여섯
공연장 규모와 관계없이 의무 설치하는 통로 유도등과 비상구 표시등이 간혹 배우나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곤 하거든요. 따라서 극장 측이 종종 두꺼운 종이로 몰래 가려두곤 하는데 매우 위험한 조치죠. 만약 상황에 따라 중앙 통제시스템으로 등을 켜고 끌 수 있다면 얼마나 편리할까요? 출연진으로서 애로사항을 겪으면서 한 번쯤 생각해보는 일입니다. 단적인 예에서 알 수 있듯이 공연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나 기술인이 안전문화 정책 입안, 수행 등에 참여한다면 더욱 선진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answer 강지수
극단에 몸담고 있으면서 화재 예방 수칙을 따르다 보면 과연 문서상으로만 확인하는 과정이 실제로 다 이뤄지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 때가 있어요. 안전관리 업체에 맡기고 눈으로 확인하지 않을 경우, 허술하게 처리한 어딘가에서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지 않을까요? • answer 임선영
강지수 배우님과 임선영 배우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해요. 저 역시 대극장에서 공연하면서 실수로 화재가 날 뻔한 상황을 목격했는데 정작 비상 알림음은 공연장 내부가 아니라 밖에서 나더라고요. 출연진이 반짝이는 화염을 보고 서둘러 진압했기에 무마할 수 있었으나 다시 생각하면 정말 아찔합니다. 평소 정기 검진과 시뮬레이션으로 사고에 대처할 필요가 있어요. • answer 박희민
안전한 공연 문화에 대해 묻다 ─ 일곱
우선 관객 안전 안내 마임이라는 무형적 지원의 계기를 마련해준 점에 거듭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객석에서 인상 깊게 보고 위기 시 올바로 대처할 수 있다면 우리가 연습한 시간이 충분히 가치 있었다고 자부할 수 있겠지요. 따라서 앞으로 이런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소망하고요.
센터에서 지원하는 비상구 유도등, 비상용 휴대 손전등, 방염 커튼 등은 국내 공연장의 조건으로 미뤄 볼 때 그야말로 혁신이었어요. 기존 산업 현장에선 자주 쓰였겠지만, 상대적으로 큰 수익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순수예술 분야에선 특히 신경 쓰기 어려운 점이었거든요. 계속해서 이처럼 보람찬 정책을 많이 시행해 두루 사랑받는 기관으로 오래 함께하길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 answer 강지수
안전한 공연 문화에 대해 묻다 ─ 여덟
코로나19 사태가 모질고도 지겹지요. 그러나 어쩔 수 없이 거쳐 가야 할 일이라면 우리 모두 발전적인 방향으로 잘 마무리하길 바라면서, 이번 작품과 같이 뜻깊은 일로 자주 만날 수 있길 기원합니다.(웃음) • answer 강지수
지난 11월에 일인극을 잘 마무리했으니 남아 있는 의상과 소품 제작 작업에 최선을 다하려고요. 내년에 관객 안전 안내 마임의 기회가 또 돌아온다면 꼭 참여할 거예요! • answer 임선영
앞서 이야기한 차기작에 매달려야 하지 않을까요.(웃음) 좋은 대본으로 관객과 만나고 싶어요. • answer 마뇨
소신과 가치를 마음에 품고 팀과 관객에 활력을 전하는 배우로 성장해 나가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웃음) • answer 박희민
비로소 마임의 매력을 조금이나마 맛봤어요. 갓 걸음마를 뗐으니 잘 나아가 뛰어가는 수준에 이르도록 발전하고 싶어요.(웃음) • answer 김성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