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이화여자대학교 공연예술경영전공 주임교수
공연산업 현장에서 축적한 깊이 있는 경험과 노하우를 널리 전수하고 있다. 김영신 이화여자대학교 공연예술경영전공 주임교수가 끊임없이 관련 연구에 몰두하는 이유다. 다방면으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그는 공연안전지원센터와 함께 우리나라 공연 안전이 나아가야 할 밝은 내일을 제시하고자 한다.
반갑습니다. 저는 지난 2023년 1월부터 이화여자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에서 공연예술경영전공 주임교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공연 제작 분야와 각 지역 공연장, 문화재단 등의 취업을
희망하거나 이미 현장에서 실무자로 활약하고 있는 학생 대상으로 강의하죠.
주요 주제로는 공연 안전은 물론 공연법과 정책, 문화공간 운영 등에 관해 논하고 있어요. 일반적으로 공연 콘텐츠는 흥행 중심의 홍보와 마케팅에 비중을 두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환경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관객 안전 이슈와 이해 대립 시 해결 가능한 방향을 살펴봅니다. 또한, 공연장뿐 아니라 공연장 외 공연으로 선보일 때 안정성을 유지하는 방안을
고려합니다. 아울러 기획자와 공연 운영자, 무대에 오르는 공연자, 관객 등이 참여해 공연을 순조롭게 진행하는 전략까지 수립하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과정은 프리 프로덕션(Pre-production)이라고 정의하는 제작 전(前) 단계에서 공연 이후 결과 보고와 정산에 이르는 모든 절차를 아우르며 진행합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선 연극 연출 전공이었고, 2001년엔 극단미추의 마케팅 담당을 맡았습니다. 이어서 2002년 국제현대무용제(MODAFE) 홍보팀장을 거쳐 같은 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CO, 이하 '아르코') 예술극장 하우스매니저 공채 1기에 지원했으며, 2003년부터 5년간 본격적으로 공연장 관객 서비스를 수행했죠.
블루스퀘어에 입사한 시기는 오픈 초기인 2011년이었습니다. 이로써 SM타운, 플랫폼 창동 61, KT&G 상상마당 부산 등을 운영하며 다양한 규모의 문화공간과 관객과
마주했습니다. 특히 전시와 F&B(Food and Beverage)를 결합한 복합문화공간인 노들섬 총괄 PM 담당을 계기로 관점의 폭이 더욱 넓어졌어요.
아울러 하우스매니저로 7년, 문화공간 운영 담당자로는 약 8년간 활동하면서 공연 안전 구현에 매진했습니다. 우선 2004년 한국공연장매니저협회를 발족한 이래 20년 동안 꾸준히
활동해 왔고요. 공연안전지원센터와 함께 하우스매니저 안전교육 등 시의성 있는 주제의 공연 안전 교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해마다 우리나라 공연장에서 발생한 각종 사례를
청취해 연구하면서 안전한 공연 문화 정착에 조금이나마 이바지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아르코 예술극장에서 하우스매니저를 담당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엔 우리나라 공연 산업이 아직 성장하는 단계였습니다. 따라서 관객 서비스나 안전에 관한 노하우를 전수 받기가
쉽지 않았어요.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LG아트센터 등 주요 공연장의 하우스 매니저를 찾아뵙고 깊이 있는 조언을 요청한 배경입니다.
이러한 인연으로 저를 비롯한 뜻있는 베테랑이 합심해서 정보공유형 네트워크 단체 형태의 한국공연장매니저협회를 구성했고요.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하우스매니저 분야를 처음 포함했던
2014년엔 10년 이상 커리어를 쌓은 협회 내 전문가 중심으로 지식 · 기술 · 태도에 기반한 공통 직무 개발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다행히 적극적으로 활동한 결과, 우리나라 전 지역 공연장에선 반드시 하우스매니저를 채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했는데요. 특히 같은 해 판교 공연장 환풍구 붕괴 사고가 일어나 관객,
더 나아가 군중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하면서 우리 직무가 더욱 주목받았습니다.
현재 온라인 홈페이지 기준으로 약 1만 명에 이르는 협회는 곧 사단법인 등록을 거칠 계획입니다.
공연에는 현장성이 존재합니다. 다른 문화예술 장르와 달리 많은 인력이 일시에 정해진 시각을 기준으로 모여 매회 계획한 성과를 선보여야 하기에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더 유의해야
하는 경향이 있죠. 그간 공연법에서 공연 시행 시 무대 시설과 각 영역 안전관리, 관련 인력 체계 등에 집중해서 규정을 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그러나 공연 콘텐츠가 더욱
다양해지고 전 세계적으로 교류가 이뤄지면서 관객 안전과 같은 새로운 이슈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법제도 또한 시설이나 공연장 중심의 범위에서 더 확대해 관객 안전, 하우스매니저를
비롯한 서비스 인력 등에 초점을 둬야 할 필요가 생긴 셈입니다.
아울러 공연장 외 공연 즉 각종 축제, 대형 경기장이나 아레나 등의 안전 규정을 심도 있게 연구해서 선제적으로 반영해야 할 시기가 왔습니다. 한류를 계기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
관객이 급증하면서 케이팝(K-POP)을 대두로 대중음악이 성장했으니 발맞춰 대응해야 합니다.물론 연구와 논의는 지속해서 거듭해야 합니다. 반드시 법으로 제정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사안이 있는 반면, 어떤 사항은 현장 적용 시 오히려 더 불편하거나 괴리감이 발생할 수 있어서입니다. 따라서 준비하되, 적절한 시행 시점에 관해 고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돌이켜 보면 블루스퀘어는 2011년 11월 오픈 이래 매주 약 5,000명에 이르는 유동 인구가 오가는 곳이었지만, 다행히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비결은 정밀한 내부
시스템이었죠.
예컨대 1,400석 규모의 콘서트홀은 원래 지상으로 연결한 계단과 주차장 출입구 외엔 별다른 통로가 없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이미 전체 시공을 마무리한 상황이었으나 제가 공연장
측면에 외부로 통하는 비상구를 개설하게끔 요청했습니다. 다행히 회사에서 흔쾌히 수용해 양개문을 설치했고, 즉각적인 관객 대피가 가능해지면서 공연장을 운영하는 내내 안심하고 업무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매달 안전교육 시행, 전체 시설 순회와 실시간 보고 체계 구축 등 순조로운 운영이 이뤄지도록 신경썼고, 결과적으로 부서간 소통이 원활해지는 효과를
거뒀습니다.
공연안전지원센터의 위상과 기능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련 정책 연구, 사례 아카이빙, 전체 매뉴얼 정비 등과 더불어 글로벌 교류에 이르기까지 센터 역할을 대폭
확장해야 더 많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현재 이곳 센터와 같은 국가 주도의 안전 교육과 매뉴얼 보급은 전 세계에서 거의 유래가 없을 만큼 대한민국이 두각을 드러내 왔습니다. 따라서 한층 성장시킨다면 선진국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공연 안전을 선도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공공과 민간을 막론하고 안전 의식을 부여하는 조직문화 수립이 가장 중요합니다. 경각심을 갖추고 업무를 수행한다면 자세부터 달라집니다. 따라서 내부 캠페인 시행, 더 나아가 하우스 매니저를 비롯한 관련 인력이 체계적인 경험과 노하우 형성을 할 수 있도록 고용 안정화가 이뤄져야겠습니다. 임시직이나 계약직의 형태, 혹은 낮은 직급으로는 실무를 원활히 진행하기가 쉽지 않기에 필수 인력이 관객 안전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공연장 관리, 그리고 각종 행사나 축제와 같은 공연장 외 공연을 운영하면서 지난 20년간 관련 안전사고 사례와 예방에 관한 매뉴얼 연구를 늘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구상을 실천으로 옮기고자 합니다. 또, 안전 인식 캠페인에 참여하며 시기적절한 리서치와 분석을 진행해 더욱 전문적인 공연안전지원센터 자문 지원에 나서고 싶습니다.
대학원에선 내년 하반기 기점으로 공연 안전 관련 과목을 개설해 학계 더 나아가 업계와 더불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현재 행정안전부 위기관리 매뉴얼협의회와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만큼 내실을 기해 공연산업 안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