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부산은행조은극장
공연을 앞두고 총 2개 관에 환기 시설을 가동하자 탁한 공기와 먼지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상쾌한 산소가 내부에 감돌기 시작한다. 이러한 변화는 언뜻 미세한 차이 같지만, 공연자와 관객이 느끼는 바는 확연히 다르다. 비록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답답한 마스크를 쓰고 있으나 한결 호흡이 편안하고, 무엇보다 온갖 종류의 바이러스 비말이 떠다닐 걱정이 없으니 안심이다. 부산 최초 네이밍 스폰서십 체결 공연장인 BNK부산은행조은극장이 공연장안전지원센터의 2021년 소공연장 환기시설 개선 지원사업에 참여해 거둔 성과다. 새삼 만족한 듯 무대와 객석을 두루 둘러보는 강영수 극장장은 비로소 밝은 얼굴로 공연을 시작할 채비에 나섰다.
BNK부산은행조은극장은 지난 1998년 이윤택 연출가가 운영하던 가마골소극장을 인수해서 첫발을 내디뎠죠. 작품은 기존 소속인 극단 연희단거리패가 제작해서 올렸고요. 다만, 원래 부산 중구 중앙동에 자리하고 있다가 여러모로 경제적 여건이 따르지 못하다 보니 수영구 광안리로 옮겨서 활동했답니다. 그러다가 2001년 남포동으로 왔는데 우리에겐 제 자리인 원도심에 회귀한 의미가 있는 해였습니다.
이로써 2009년 초까지 명칭을 유지했지만, 다시 이윤택 연출가가 복귀해 직접 극장을 맡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사실 그분이 정통성을 가진 만큼, 양보에 동의하나 지금껏 올랐던 무대를 어떻게 재정비해서 이어갈지에 대한 고민이 생긴 셈이었어요. 다행히 당시 BNK부산은행의 반가운 제안으로 이 지역에서 첫 네이밍 스폰서십을 체결했고 오늘날과 같은 이름으로 만 12년간 활약 중입니다. 현재 여기는 총 2개 관을 갖추고 있으며 각각 연 300회 이상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어요. 오전엔 학교나 단체에서 관람하러 오고, 야간엔 정기 공연이 열리죠.
오랫동안 대중과 신뢰를 쌓아온 금융기업으로부터 물심양면으로 지원받으면서 달라진 점 가운데 가장 큰 차이를 손꼽자면 단연 공연 안전 문화 정착이에요. BNK부산은행의 명성을 믿고 극장에 찾아온 관객이 안심하고 작품을 관람해야 할 테니까요.
물론, 소규모 공연장이 모든 시설을 안전 기준에 맞게 유지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비용 부담이에요. 영세한 극장에서 무대 장치나 장비에 이상이 있을 때 대충 고쳐서 쓰거나 위험한 상태로 버티곤 하는 까닭이죠.
그러나 우리는 3~4년 전 공연장안전지원센터의 소규모 공연장 안전시설 지원사업에 참여하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려는 마음만 있다면 해결책은 충분히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예를 들어, 예전엔 객석 폭이 47cm에 불과해서 종종 연극 보러 방문하는 야구선수 이대호 씨처럼 체구가 큰 사람은 불편하기 마련이었거든요. 이 사업을 통해 52cm로 쾌적하게 넓히고 나니 비록 수용 가능한 인원수는 300석에서 266석으로 줄었으나 한결 극에 몰입하기 좋다는 호평이 뒤따랐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던가요. 이때 센터에서 전체 금액의 80%를 내고, 나머지 20%는 자부담으로 처리했으나 아깝지 않더군요. 1 ‧ 2관 모두 깔끔하게 재단장한 다음엔 낡은 조명 딤머(Dimmer)를 LED 겸용 제품으로 바꿔서 안전사고 확률은 현저하게 낮추고, 전기 절약을 통해 고정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소규모 공연장과 달리 우리 극장은 일찍이 환풍시설을 설치해서 가동해왔어요. 그런데 내부의 탁한 공기를 바깥으로 내보내는 배기는 가능하나 신선한 산소를 안으로 들이는 급기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순환이 어려운 거예요. 30분 전에 미리 환풍한다면 일정 시간은 분명 문제없을 테지만, 예컨대 에어컨을 틀어야 하는 여름엔 공연 중에 다양한 유해물질이 떠다닐 우려가 있는 거죠.
따라서 올해 소공연장 환기시설 개선 지원사업을 신청했고, 결과적으로 정말 만족합니다. 일단 소음이 크게 줄었고, 원활한 배기와 급기로 공기 질이 훨씬 나아졌다는 평가가 대다수예요. 또, 전염성 바이러스 비말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고, 전자 계기판을 통해 먼지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어서 일거양득입니다.
극장이 건물 3층에 위치해 있기에 환기 시설을 들이고 장착하는 과정이 만만치는 않았습니다. 사다리차를 불러서 창문을 떼어내는 등의 제반적 노력이 필요했죠. 만약 공연장이 극단 소유가 아니었다면 사업 대상으로 선정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별도로 건물주의 허가가 필요하니 여건상 설치가 쉽진 않았을 거예요.
그러나 이 사업에 참여하길 잘했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 앞서 소개한 장점이 그간 힘들었던 고충을 상쇄할 정도니까요.(웃음)
공연장안전지원센터 등 관련 기관에서 공연산업 종사자가 안전에 관심을 두고 직접 실천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다면 문화나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겁니다. 예를 들어 필수 안전교육을 이수한 대상에겐 자격증을 부여한다거나 특별하게 인정해주는 인센티브가 있다면 누구나 배우려고 하겠죠.
한편, 소공연장은 각종 지원사업과는 별개로 자비 부담을 염두에 두고 소액이나마 적극적으로 투자할 줄 알아야 할 터입니다. 비록 경제적 부담은 있겠지만, 관객이 즐겨 찾는 공간을 만들려면 그만한 수고 없이는 성과를 이룰 수 없어요. 아무래도 힘들 땐, 우리 극장처럼 센터 공고를 유심히 살펴서 알맞은 사업에 신청해보길 추천합니다. 장기적으로는 분명 큰 이득으로 돌아올 거예요.
항상 소규모 공연장을 위해 동분서주하며 안전 점검과 관련 교육, 시설 ‧ 용품 지원 등에 최선을 다하는 공연장안전지원센터 관계자 여러분에게 먼저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덧붙여, 작게나마 바라는 점이 있다면, 각 지역 공연장과 교류하고 상담하는 전담 인원이 더욱 늘어서 일정에 여유가 생겼으면 하는 거예요. 다채로운 지원사업을 추진하는 센터 구성원마다 흥이 나면 빠른 진행은 물론, 시너지 효과가 생길 테고, 우리 공연장 역시 원동력을 얻지 않을까요.
우선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더욱 많은 관객이 공연장을 찾을 수 있도록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여야겠죠. 또, 기존 장비는 한층 디지털화해서 VR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BNK부산은행조은극장은 2~3년 전부터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무장애) 공간 조성에 앞장서고 있어요. 문턱 제거나 엘리베이터 손잡이 설치 등은 기본이고요. 눈이 침침한 고령층이나 유아, 아동 등이 넘어지지 않게 배려하고자 내부 계단은 최대한 경사면으로 처리할 계획입니다. 모든 기준에서 장벽을 낮춰 누구나 무리 없는 이동이 가능해질 때 비로소 안전은 우리와 가까워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