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김동욱 감독
공연장이란 각 분야가 너무 다른 특성을 가진 분야라서 섣불리 경험하지 못한 부분을 안다고 말하기 어렵다. 가령 20년을 한 공연장에서 근무한 음향감독과 무대기계감독이 급하다고 서로 역할을 바꾸어 공연할 수 없다. 이처럼 공연장은 공연예술이 현장성을 통해 실연되는 공간이다. 불안전한 상태로 공연이 진행된다면, 관계자와 관객들은 위험요소에 노출되어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위험성을 사전에 제거하여 안전한 공연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대안전의 첫걸음이다. 공연장 안전관리의 영역을 넘어 공연장의 환경까지 생각하는 국립극장 김동욱 감독을 만나보았다.
안전한 공연 문화에 대해 묻다 ─ 하나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국립극장에서 무대안전을 담당하고 있는 김동욱입니다. 국립국악원과 고양문화재단 무대에서 근무했고, 국립극장에 몸담은 지는 2년이 되었습니다. 저의 경우 국내 공연장 안전 업무를 전임으로 하는 국내 최초의 케이스였습니다. 그래서 업무 프로세스를 정립하고, 체계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다소 어려움이 있었지만, 공연장안전지원센터와 주변 동료들의 도움으로 체계를 정립해나갔습니다. 현재는 업무 분장의 세부적 사항들을 안정되게 완비한 상태입니다.
제가 공연장에서 근무하는 동안 몇 건의 크고 작은 사고를 경험한 적도 있었습니다. 사고는 규모를 떠나 우리 모두에게 늘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공연 중 제가 다친 적도 있었고, 저의 실수로 다른 스탭이 다친 적도 있었습니다. 한때는 이런 점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심했지만, 무대의 위험성을 0%로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무대안전관리 업무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 answer 김동욱 감독
안전한 공연 문화에 대해 묻다 ─ 둘
먼저 국립극장의 안전 교육은 자체안전교육과 공연자 안전교육(출연자, 스태프 및 작업자)으로 나뉩니다. 자체안전교육은 연 1~2회 국립극장 자체의 무대직원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무대 소방시설의 사용 방법과 무대 고소작업 안전에 대해 외부 강사를 초빙하여 같은 문화체육관광부 소속기관인 국립국악원과 연계하여 시행했습니다. 특히 무대 고소작업은 실제 업무상 사고 발생빈도가 높은 분야라서 피교육자의 열의가 상당히 높았습니다.
공연자 안전교육은 이미 2015년부터 공연법에 따라 공연장에서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동안 공연자 인식 부족과 출연자와의 마찰 등으로 인해 시행이 원만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안전의식 확산과 다양한 교육 방법 등이 등장하면서 시행률의 증가가 지방의 공연장까지 확대된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국립극장의 경우 모든 공연자(출연자, 스태프 및 작업자)가 무대안전교육을 이수하고, 수료증을 일괄 보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공연장에서 공연할 때도 지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특히 출연자 안전교육과 관련하여 국립극장의 3개 소속단체(국립창극단, 관현악단, 무용단)의 출연자 안전 교육 이수증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대관 공연 시 출연자의 경우는 가능한 공연장안전지원센터의 출연자 안전교육을 받도록 유도하고, 불가피한 경우 동영상 교육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공연 전 공연과 관련된 위험성에 대한 안전 교육이 함께 이루어집니다. 이를 위해 국립극장 홈페이지의 공지사항에 교육안내문을 링크하여 대관자가 대관 신청 시 인지하도록 하여 공연 전까지 수료증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매뉴얼은 모든 공연장마다 별도의 무대안전메뉴얼을 가지고 있습니다. 매뉴얼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가이드 라인이라는 큰 틀을 짜고, 공연장의 상황에 맞춰 그 안에 세부적인 사항들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창의적 예술 공간인 무대에서 세부적인 무대안전기준이 공연 연출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안전한 공연 연출을 위해서는 공연장안전지원센터, 무대예술전문인협회, 무대감독협회 등의 의견조율을 통해 최소한의 안전기준 설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각 공연장에서는 무대안전매뉴얼 중 변동사항(비상연락망 등)에 대한 정보는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여 직원들에게 공유하고, 비상 상황 발생 시 즉각 대처가 가능하도록 가까운 곳에 비치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 answer 김동욱 감독
안전한 공연 문화에 대해 묻다 ─ 셋
제가 담당하고 있는 ‘안전관리담당자’는 공연장 안전과 관련된 업무에 모두 관여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각 공연장의 감독, 공연기획팀, 하우스매니저 등과 공연의 기획단계에서 안전과 관련된 협의를 하고, 중간에 변동사항이 생길 수 있으므로 극장 무대감독과 함께 논의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안전관리계획 및 비상연락망 등은 무대안전메뉴얼 및 재해대처계획에 포함되는 사항이므로 이 부분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안전관리 업무가 무대안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고, 무대 위의 여러 상황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건축적인 부분(피난 대피로, 소화설비, 전기배전반, 냉난방 및 공조 등)과 스태프들을 위한 작업환경개선 및 직원교육 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립극장에서는 내년 6월, 초청공연의 형식으로 프랑스의 몇 작품을 공연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작품의 내용상 이제껏 국내 공연에서 보지 못했던 파격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우선 작품의 러닝타임이 9시간에 이르고, 작품의 선정성이나 화염(촛불)의 대거 사용합니다. 또 공연의 상당 부분을 배우들이 단체 흡연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프랑스 기술감독과 1차 협의한 결과 연출의 성격상 촛불과 담배의 사용을 대체품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상호 간격을 국내의 법(공연법, 국민건강증진법 등)의 테두리 안에서 각 국가기관(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의 의견을 수렴하고, 외국의 사례와 국내 공연장의 사례를 종합하여 그 범위를 정해야 합니다. 얼핏 무대안전과 공연 연출의 줄다리기로 보이는 양상이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국내의 공연장 안전기준이 좀 더 명확해지기를 바랍니다. • answer 김동욱 감독
안전한 공연 문화에 대해 묻다 ─ 넷
조심스럽긴 하지만 저는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각 실무 담당자가 안전에 관한 업무를 겸직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안전관리담당자 선임에 대한 규정을 제정할 당시 국내 공연장의 재정적 어려움을 감안했을 때, 어쩔 수 없이 겸직하도록 할 수밖에 없었던 부분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수년이 지난 현재, 안전에 대한 관심과 업무의 중요성이 그때와는 분명 다른 상황이라 생각됩니다.
현재 국내 공연장 중 안전관리담당자를 전임으로 두고 있는 곳은 수도권 극소수의 공연장뿐 입니다. 국립극장의 경우, 안전관리업무를 두 명이 담당하고 있지만, 안전 업무의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활한 업무 진행을 위해 인원 부족을 느끼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따라서 공연장의 규모와 지역적 특성(수도권 및 대도시)을 고려하여 단계적으로 안전관리담당자를 전임으로 선임하도록 하는 제도의 변경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근무 환경이 열악하고, 잠재적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공연장 무대를 보다 안전한 공간으로 변모하는 지름길입니다. 또한, 정부가 말하는 주 52시간 근로의 준수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안전총괄책임자의 선임을 극장의 대표 및 극장장이 맡는 것입니다. 재해대처계획서에 신고사항인 안전총괄책임자와 안전관리담당자를 선임함에 있어 가장 어려운 부분은 어느 누구도 선임되기를 꺼린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공연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제일 먼저 안전책임자가 누군지를 따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단언컨대, 안전총괄책임자와 안전관리담당자의 역할은 사고 발생 시 책임지는 역할이 아닌, 안전사고 발생을 최대한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정비하고, 관리하는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무대안전은 특정한 몇 사람이 책임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무대에서 존재하는 모든 사람이 안전관리자이며 동시에 책임져야 할 사항입니다. 따라서 안전사고 발생 시 안전담당자라서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기준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관리하여 안전사고 발생 위험을 줄이고, 사고 발생 시 신속하게 대처하여 대형사고로 발생하지 않도록 총괄하여 관리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공연장의 안전 총괄은 공연장이나 공연의 기술적·운영적 안전사항을 충분히 알고 있는 공연장 대표 및 극장장이 안전을 총괄할 수 있는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 answer 김동욱 감독
안전한 공연 문화에 대해 묻다 ─ 다섯
우선 공연장 무대안전관리의 영역을 확장하고 싶습니다. 단어의 의미상 ‘무대안전관리’에서 ‘무대’를 빼고 ‘공연장 안전관리’라고 바꾸어보고 싶습니다. 그렇게 되면, 협의의 무대라는 공간에서 보다 광범위하게 공연장 전체의 안전으로 의미가 확대됩니다. 공연장에서의 안전은 무대안전에만 초점이 맞춰지기보다 관객이 극장에 도착해서 어떤 경로로 이동하고, 객석에 착석하여 공연 관람 후 공연장을 벗어나기까지의 관객 동선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공연장은 단순히 공연을 운영하고, 관람하는 것이 아닌 복잡하게 이루어진 건축물 내에서 예술적 관람물을 실연에 의하여 공중이 관람하는 시설입니다. 따라서 저는 무대안전을 공연장 안전이라는 큰 관점에서 바라보고 공연장 환경을 안전하게 변화시킬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습니다. • answer 김동욱 감독
무대안전 관리 업무란 단순 무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공연장이라는 전체적인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안전 업무를 포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양한 무대시설과 공연예술이 결합되는 무대 위 뿐 아니라 관객들의 동선, 건축적인 부분(피난 대피로, 소화설비, 전기배전반, 냉난방 및 공조 등)과 작업환경개선 및 직원교육 등이 있다. 이처럼 김동욱 감독은 무대안전 관리 영역과 공연장 안전관리라는 영역을 확대하여 공연장 전체를 체계적으로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공연장 환경을 변화해 나가고 있다.